개나리가 겨우내 감춰왔던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하얀 매화꽃은 이미 만발했지만 여전히 날씨는 추웠다.
세월호를 거치할 목포신항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그려진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지만 3년 전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세월호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당초 해양수산부에서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고했던 30일 오전 신외항만의 모습은 세월호를 카메라에 담고자하는 언론차량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29일 새벽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파도의 높이가 최고 2.2m에 달하는 등 기상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세월호의 ‘마지막 여정’이 미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통절의 3년이라는 시간을 인내한 끝에 맞이할 목포신항은 ‘통제구역’이라는 이름아래 탄핵정권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박근혜의 정권의 모습을 꼭 닮아 있었다.
하루가 미뤄졌다고 해도 세월호를 맞이해야 할 목포신항은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다. 통제구역 내에 미수습자 9명의 가족까지는 수용 가능하지만 40여명에 이르는 유가족이 머물 공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추모객들이 목포신항으로 몰리는 것을 대비해 분향소 설치가 되어야 하지만 해수부에서는 이미 불가의 방침을 내렸다.
목포신항은 세월호 선체를 육상으로 거치하고 내부에서 미수습자를 찾는 작업공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부동의의 이유이다. 또 수습본부 등으로 사용할 55개동의 컨테이너 중 유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개동에 불과할 뿐이다.
1000일이 지나고 3주기가 다가올 무렵 세월호는 빠끔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3년 전 국민들에게 큰 슬픔과 분노를 줬던 당시의 모습과 전혀 바뀌지 않았다. 가장 슬픈 배를 품었던 바다와 철저한 통제 속에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도 또한 3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현장에서 만난 A(56·목포시)씨는 “세월호가 오늘 이곳으로 올 수 있다는 뉴스보도를 보고 이곳에 왔는데 통제구역이라는 말에 마냥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세월호의 진실이 또다시 허투루 흘러가는 일이 없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