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모태 흙과 물, 바람 그리고 불. 하늘이 인류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들로 ‘옹기’는 흙과 물과 바람, 그리고 불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영암도기박물관에서는 2017왕인문화축제를 맞아 종가에서 대대로 사용한 옹기를 소재로 한 조금 특별한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종가는 영암을 중심으로 전남 서·남부 지역에 위치한 나주, 보성, 영광, 장흥, 해남 등 6개 지역 10개 종가에서 참여했다.
종가의 역사는 문화재청과 각 자치단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종가의 내력이나 옹기에 관해서는 종손 또는 종부의 구술 자료를 수집·서술하여 종가의 삶을 담은 옹기를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독의 규모가 집안의 위풍을 가늠케 하고, 장맛은 며느리를 보는 기준이었다. 150살이 훌쩍 넘을 만큼 긴 역사만큼이나 종가를 지켜온 장맛은 어머니들의 추억이자 자부심이 겹겹이 쌓여 있다.

고산 윤선도의 고택 녹우당 옹기
전남에서 가장 유명한 종가는 해남윤씨 가문일 것이다.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종가인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의 고택으로서 이미 전국에 널리 알려진 종가이다. 이곳의 옹기는 조선시대에 쓰던 골동품부터, 식초를 담아 보관하던 촛병, 떡 시루 등 4대를 거쳐 내려온 크기와 쓰임이 다양한 옹기들이 즐비하다. 좋은 술과 간장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듯이 녹우당의 옹기는 대식구의 끼니를 해결할 곡식을 저장하는 커다란 항아리(59㎝×69㎝)를 비롯해 고추장이나 간장 등을 담는 항아리(50㎝×55㎝)등이 대거 전시됐다.

대물린 손맛의 원천 남파고택의 옹기
전라도 양반가의 기품이 살아 있는 나주 남파고택은 밀약박씨 박경중 종가의 내림 발효음식인 반동치미가 유명하다. 굳이 전라도 사투리로 풀이하자면 ‘싱건지’겠다. 맛도 맛이겠지만 이를 100년 가까이 된 옹기에서 숙성시킨 것이 종가의 별미음식으로 손꼽히는 원천이 됐다. 특히 남파고택 옹기 중에는 일반적인 항아리 외에도 젓갈독으로 사용되어 왔던 원통형 독(32×38㎝)을 비롯해 풍화(風化)를 방지하기 위한 옹기 굴뚝, 액체를 나르던 장군과 화분가지 그 쓰임새가 다양한 옹기들이 대거 전시됐다.

남도의 대농반가의 대표 오헌고택의 옹기
장흥의 오헌고택은 남도 대농반가의 대표이자 장흥 위씨의 종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오헌고택의 옹기는 주전자에서부터 술을 담는 주병, 일제강점기의 것으로 보이는 소주를 담아 보관하던 소줏독, 콩과 같은 씨앗을 담아 보관하던 씨앗 단지 등의 다양한 생활옹기들이 대거 전시됐다. 특히 물을 길러 이고 다니던 동이(36×30㎝)를 비롯해 곡식을 차곡차곡 담아 보관하던 항아리까지 다양한 민간생활품으로서의 옹기를 만나볼 수 있다.

옹기샘이 현존하는 경주이씨 익재공파 종가의 옹기
영암의 경주이씨 익재공파 종가는 13대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유서가 깊은 종가이다. 익재공파 종가에서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젓갈독과 물을 길어 담는 큰 물항아리인 두멍, 동이 등이 전시됐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옹기가 바로 옹기샘이다. 항아리의 밑동에 구멍을 내 우물로 사용했다. 현재 사용 중인 관계로 직접 전시는 하지는 못하지만 옹기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옹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밖에 이번 전시회에서는 영암 조종수가옥, 나주임씨 대종가, 연주현씨 사직공파 종가, 이용욱 가옥, 이규헌 가옥, 문창집 가옥 등 각 종가의 삶을 담은 다양한 옹기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도기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종기의 옹기전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요소이자 종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었다”며 “너무 흔해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점차적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으로 꼭 한번 오셔서 종가의 전통문화와 옹기의 가치를 감상해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