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진도의 어두운 바다 속으로 침몰한 세월호가 1080일만에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31일 길고 길었던 3년이라는 시간동안 국민들의 분노와 유가족들의 슬픔을 고스란히 담은 채 수장되어 있던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서자 삭막하기만 했던 목포신항은 금새 노란물결로 뒤덮였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가족 단위 추모객들이 이곳을 찾아 세월호에서 1.2㎞ 떨어진 주차장에서부터 추모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이러한 추모열기는 평일에도 이어졌다. 지난 4일 저녁 6시 30분 다시 찾은 목포신항에는 어둠이 어둑어둑하게 내려앉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추모객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 날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만 하더라도 1만여명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추모객들은 출입을 통제하는 70m 길이의 펜스 앞에 멈춰 서서 처참하게 훼손된 세월호의 선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란리본을 철제 펜스에 달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 두 개씩 걸렸던 노란리본은 금새 펜스 한쪽 면을 가득 채웠다. 얼핏 봐도 수천개가 넘는 리본들은 목포의 짠 바닷바람에 펄럭이며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노란 리본 사이로 5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닷새 전 팽목항에서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던 모습 그대로 배 밑바닥을 드러낸 채 세월호는 육상 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500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3년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자식과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폭탄을 맞은 듯 잿빛으로 변하고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선체를 보며 오열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이날 현장에서 한 여성은 추모객들이 남긴 노란 리본을 조심스레 풀었다. 그녀는 풀었던 리본을 한 발짝 자리를 옮겨 철망 빈 곳에 매듭을 다시 묶기 시작했다. 아직 세월호 속에서 나오지 못한 단원고 조은화 양의 가족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세월호를 내다 볼 여백이 없어서”라는 짧은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 여성은 당장 내일 비 예보에 혹여 선체 인양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에서 그동안에 아픔과 분노,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바로 옆에서 세월호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던 추모객 이선화(42·목포시)씨는 “세월호를 직접 보니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가슴 한 켠이 무너지고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다”며 “아무쪼록 세월호 속에 아직 남아있는 9명이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기길 바란다”고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