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꼬막을 잡던 남매 영이와 암이, 어느날 엄청나게 큰 꼬막을 잡아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는 영이를 꼬막이 잡아먹어 버린다. 꼬막은 바다 깊은 곳 꼬막궁으로 사라지고, 암이는 꼬막왕이 찾아 오라는 ‘노래’를 찾아서 가져가야지만 누나를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암이는 노래를 찾기 위해 무작정 길을 떠난다.

영암군 덕진면에서 오랫 동안 전해 내려오는 ‘깊은 모실 설화’의 간략적인 줄거리 가운데 하나다.

우리 옛 이야기를 찾아 유랑을 떠나듯이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 연극 공연을 펼치고 있는 아동청소년극 전문극단 ‘꽃 피우다’가 영암을 찾았다.

이번 연극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청년예술가 지원을 위해 마련된 예술계학교 일자리지원 ‘예컨대 프로젝트’에 선정돼 이같은 공연 기회의 장이 열리게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생이 주축인 이 극단은 지난 26일 삼호한마음회관 아트홀에서 ‘깊은 모실 꼬막왕’이라는 제목으로 삼호서초등학교 350여명, 삼호중학교 450여명 등 약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감독 연출을 맡은 박상희씨는 “지역의 사라져가는 민담과 설화를 발굴해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창작했다”며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그 다음 공연이 끝난 다음에 직접 무대에 서서 연극배우처럼 공연도 할 수 있는 예술교육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배우가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 씨어터 형식을 취했다. 즉 배우가 남동생 암이와 누나 남이의 역할까지 하면서 관객들에게 연극 공연의 줄거리까지도 설명해주는 이야기꾼 역할까지 한 것이다.

이같은 형식은 어린이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주고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어린이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공연을 관람한 한 삼호서 초등학교 학생은 “주인공을 맡은 연극배우가 갑자기 연극 줄거리까지 이야기 하니 다양한 상상이 펼쳐졌다”며 “연극이 끝난 후에는 내가 직접 연극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 보니 매우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대도시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시골 아이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공연과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험형 연극을 선보이며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낸 것이다.

공연을 주선한 이기만 우리지역아동센터장은 “우선 삼호읍에서 열리게 됐지만, 이후 관련 기관과 협조해 영암 전체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영암 지역의 설화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든 만큼 지역의 대표 연극으로도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깊은 모실 꼬막왕’은 지난 26일 삼호한마음회관 아트홀에서 오후 5시에 열렸고, 27일 삼호중학교 체육관에서 오후 1시 30분 재공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