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신북면 출신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제21대 대한민국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명됐다. 
신북고등학교를 졸업한 민갑룡 내정자는 경찰대 4기 출신으로 1988년 경찰대 졸업과 함께 공직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경찰청 기획조정담당,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한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지난 15일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할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번 인사 단행으로 ‘잔칫날’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신북면 치릿마을 민 씨 집성촌 주민들은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민 내정자의 낭보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자전거를 타며 신북중학교를 등·하교 하던 민 내정자가 어느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대한민국 경찰의 수장으로 거듭나기 직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민 내정자의 어머니인 정복희(90)씨를 찾은 지난 18일. 민씨 7남매가 나고 자란 치릿마을의 오래된 한옥에서 어머니 정복희씨와 민 내정자의 누나 민점옥(62)씨를 만났다.
“미안하다” 어머니 정복희 씨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뜻밖이었다. 대한민국 경찰을 이끌어갈 수장으로서 아들이 대견할 법도 하지만 구순이 넘는 노모의 입에서는 자랑스러움 보다 미안함이 먼저였다.
정복희 씨는 과거 매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한 가정에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렸고, 말문을 잇지 못하는 정복희 씨 대신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서울과 영암을 오가는 누나 민점옥 씨가 입을 떼었다.
민점옥 씨는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며 “가난을 이겨내고 집안을 세우는 방법은 단 한가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고 이어 “7남매의 식탁은 흔히 말하는 꽁보리밥에 반찬은 달랑 김치뿐이었지만 아무런 불평 없이 한술 크게 떠서 맛있게 먹던 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민점옥 씨는 지금은 추억이 되어 버린 옛 이야기지만 당시를 회상하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특히 민 내정자의 성공 뒤에는 헌신적인 부모님의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민 내정자의 아버지는 과거 아들의 교육에 누구보다 열성을 보이며 어린 민 내정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원했다. 
때문에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아들이 행여 끼니를 잇지 못할까봐 매일 도시락 3개를 품고 신북중학교를 왕복하며 아들사랑을 실천했다. 물론 깊은 사랑에도 아들이 엇나갈까봐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고 고인은 평소 입버릇처럼 “자식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때 말없이 과거를 회상하던 어머니 정복희 씨는 안방에 걸려 있는 사진을 가리켰다. 먼지 하나 없이 걸려 있는 사진 속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웃고 있는 남편과 민 내정자의 얼굴이 있었다. 누나 민점옥 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아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액자를 신주단지 모시듯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정복희 씨와 누나 민점옥 씨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늘 겸손하고 정의롭게 공직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일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기한 안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 없이 내정자를 임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