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1910년의 ‘일한병합조약’은 8개조로 되어 있다. 이 조약은 제 1조에서, 한국 정부의 모든 통치권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일본 정부에 이양한다고 규정했다. 이로써 1910년 8월 29일부로 조선왕조는 건국 27대 519년 만에 완전히 망하고 말았다.
다음 날 영국의 권위 있다는 신문 「더 타임스」는, “일한병합은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할 유일하고 현명한 정책”이라는 논평 기사를 실었다. 이제야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지만 일본의 조선 침공 배후에는 영미 제국주의 세력이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영미는 교사범이고 일본은 하수인인 셈이었다. 이를 알기 위해 우리는 ‘제국의 항해’, ‘카스라태프트’, ‘영일동맹’ 등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한편 일본은 조선 침략에 온갖 정교한 논리를 부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조선을 해치워먹은 그들의 논리가 무언인지 알아야 한다. 아래 제시하는 일본의 논리를 읽다 보면 오늘날 한국의 조중동이나 토착왜구들의 논리가 어디로부터 비롯됐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일한병합에 대한 일본 측의 논리]
“일한병합은 결코 압제의 형식이 아니다. 다시 말해 전승국과 패전국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가 마다가스카르를 병합하고 미국이 하와이를 병합한 예와는 다르다. 일본은 조선의 국가원수를 학대하지 않았다. 마다가스카르 왕은 섬으로 유배 갔고 하와이의 왕은 일개 평민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일한병합의 경우 조선의 국가원수는 일본 왕족의 대우를 받았으며 그 유지를 위해 충분한 세비를 지급했다. 이것은 일본 천왕의 우악(優渥)한 배려였다. 또한 조선 내각의 대신은 물론 다른 대관들에게도 공·후·백·자·남의 영작을 수여하고 세습 재산을 주었다.
그러므로 일한병합은 오히려 한국의 치안과 민복에 기여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의 대국인 일본의 일부가 되고 한국인은 일본제국의 신민이 된다. 이것은 정복이 아닐뿐더러 외국 병합의 예와는 그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요컨대 분란이 끊이지 않는 조선이 질서 있고 높은 문화 국가에 오르는 것이므로 병합으로 인해 조선이 망한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원래 조선은 삼한 시대부터 역성혁명이 빈발했다. 오히려 병합보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복도 조선에서는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예컨대 신라 김씨 왕조는 고려 왕씨 왕조에게 정복되었다. 왕씨 고려는 500년 후 이성계에게 망했다. 이때 이성계는 고려왕을 폐하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500년이 지났다.
대외 관계를 보더라도 조선은 시종 중국에 예속되어 명·청조로부터 책봉을 받아서 왕이 되었다. 이씨는 중국 왕을 천황폐하라 부르고 중국은 이씨를 조선왕 전하라고 불렀다. 그런데 청일전쟁으로 일본은 조선을 구출했다. 
그러므로 일한병합을 아무리 나쁘게 보더라도 종주국을 청에서 일본으로 바꾸는 정도이다. 게다가 일본은 청국보다 선진국이니 조선의 위치는 격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