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모든 학교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개학을 3주간 연기하며 수능을 앞 둔 고3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전국연합학력평가가 4월로 연기되면서 전체 시험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신관리, 수행평가, 생활기록부 관리 등에 매진해야 할 학기 초 기간이 공중분해 되며 꼬여버린 대학입시 플랜에 대한 수험생들의 고민은 깊어만 지는 현실이다.

전남도 교육청은 이달 초 담임과 학급 배정을 완료하고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통한 학습지도와 함께 디지털교과서, e학습터, EBS, 에듀넷 등 자율형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교사가 직접 출제하는 중간고사에 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평이다.

삼호고에 재학 중인 A양은 “물론 학원에서 미리 배운 친구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통해 기초부터 습득하는데 이 과정이 늦어지면서 학원을 다닌 다른 친구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특히나 내신이 중요한데 선생님이 직접 출제하는 중간고사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 수시모집이 대입 정원의 70%를 차지하는 현행 입시제도에 따라 교사가 생활기록부에 기재해주는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평소에도 수행평가 때문에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시험과 수행평가 진행으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낭주고 학생 B양은 “3월부터 4월 초까지 교실 꾸미기와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생활기록부와 수행평가에 매달려야만 남은 기간을 수험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데 상황이 완전히 틀어졌다”며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되는 기간에 수행평가도 동시에 진행해야 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수행평가점수를 잘 받는 학생은 정말 손에 꼽을 것 같다”고 앞으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긴 집안생활로 인해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패턴으로 학습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과 함께 각 가정의 재정상황에 따라 개인과외 등을 통한 시간관리가 가능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간의 격차를 걱정하는 우려도 나왔다. 

영암고 학부모 C씨는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혼자 집에서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은 나태해 질 수밖에 없어 무너지는 생활패턴도 문제다. 아이가 휴대폰 어플을 통해 스스로 제어하고 있다고 하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만 잡고 있는 아이를 보면 인터넷강의를 듣는지 게임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번 개학연기 사태가 모든 수험생에게 적용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넉넉한 가정생활에 고가의 보습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통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학생과의 차이는 분명히 생길 것”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입시를 담당하는 현직 교사 D씨는 “길어지는 개학연기에 고민은 깊겠지만 불안해하기보다는 차분히 본인의 학습 방식을 점검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앞으로의 학습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각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개학 이후 학습 진도를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사일정이 유동적인 상황을 미리 대비한 수험생과 무방비인 수험생이 받는 충격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